반려견에게 독성이 있는 식물 ① 꽃무릇

울산광역시 화훼장식명장·경영학 박사 이윤희

▲ 이윤희 박사

꽃무릇(Lycoris radiata)이 개화하는 시기이다. 요즘 빈 땅이나 길가, 공원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색의 꽃을 가진 꽃무릇은 수선화과 식물로 중국, 일본, 한국, 네팔 원산의 알뿌리 식물이다. 꽃무릇이라는 이름은 꽃이 무리지어 피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꽃무릇은 석산(石蒜)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석산(石蒜)은 돌石(석)자와 마늘蒜(산)자로 이루어진 이름으로 돌마늘이란 뜻이다. 식물 이름에서 돌석(石)자가 사용되는 것들은 돌나물처럼 돌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특성에서 기인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야생, 품질이 낮은, 가짜의 등으로 쓰인다. 그러므로 석산은 야생이나 가짜, 혹은 품질이 낮은 마늘이라는 뜻이다.

석산을 마늘에 비유한 것은 석산이 마늘처럼 인경(비늘줄기)이며, 겨울철에 푸른 잎사귀가 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외에 과거 먹을거리가 크게 부족하던 시절에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석산의 인경을 물에 담가서 독성 물질을 제거한 다음 구근에 함유된 전분을 구황 식량으로 이용했다. 이때 석산의 구근은 마늘처럼 식용했으나 품질이 낮다는 뜻에서 석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석산(꽃무릇)의 일본 이름은 피안화(彼岸花)이다. 피안(彼岸)은 불교에서 도피안(到彼岸)의 준말로서 모든 번뇌에 얽매인 고통의 세계인 생사고해를 건너서 이상경(理想境)인 열반(涅槃)의 세계에 도달하는 또는 그 경지를 말한다.

▲ 꽃무릇(석산)

이 때문에 피안화라는 이름의 유래를 석산의 생육 습성에 결부시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즉 꽃무릇의 꽃이 완전히 지고 나면, 잎이 자라나 눈 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5월경 완전히 말라버린다. 더운 여름 동안은 자취도 없이 지내다가 가을이 되면 매끈한 초록빛 꽃대가 쑥 자라나 다시 붉은 꽃을 피운다.

이러한 생태는 현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열반의 세계에 드는 것 같다 하여 피안화(彼岸花)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보다는 가을의 피안(일본에서는 봄과 가을에 피안이라는 불교 행사가 있다) 무렵에 이 꽃이 피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피안화 이름의 또 다른 유래는 이것을 먹으면 죽게 되므로(彼岸=죽음) 피안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피안화 외에 1000개가 넘는 이름이 있는데, 장례식꽃(葬式花), 묘지꽃(墓花), 죽은사람꽃(死人花), 지옥꽃(地獄花), 화재꽃(火事花), 뱀꽃(蛇花) 등 불길한 이름이 많다.

일본에서 꽃무릇에 부정적인 이름이 많은 것은 이 식물에 독성 물질이 있으므로 어린이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한 주장이 사실인 듯 불길한 이름에 개의치 않고 가을에는 전국 곳곳에서 꽃무릇축제를 개최하며, 공원 등에 적극적으로 식재해 두고 즐긴다.

꽃무릇에는 리코린(lycorine) 등의 노르벨라딘 알칼로이드(norbelladine alkaloid)를 함유하고 있다. 이들 알칼로이드 중 갈란타민(galanthamine)은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acetylcholinesterase) 활성을 저해하는 작용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구근에 맹독이 포함되어 있다.

옛 중국 문헌인 광주식물지(廣州植物誌)에는 꽃을 복용하면 언어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꽃무릇을 너무 많이 복용하면 구토, 경련, 복통, 어지럼증을 일으키고, 언어장애, 서맥(느린 맥박) 같은 증세로 이어지며, 결국에는 호흡중추 마비, 혈액 순환장애에 따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독성 물질 중 갈라타민(galanthamine)은 치매치료제로도 이용된다.

반려견이 리코린을 섭취하면 구토, 설사, 호흡곤란, 심부전을 일으켜 죽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사람이 잘못 먹어 중독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따라서 반려견과 외출하는 공간에 꽃무릇이 있다면 특별히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