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기도

                                  조 승 래

알프스 산자락 초록 풀밭에서
양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먹을 것을 찾는 양들을 위해
노래하는 목동과 마구간을 위해
평화로운 땅과 안식을 위해
가만히 안기는 하늘을 위해
 
흰 구름처럼 떼로 몰려다니는
양들의 기도
 
내가 저런 모습을 하고
그것이 행복이 되도록
작은 것에도 감사하도록  

❚ 작가 노트

알프스 산자락에서 보니까 무성한 풀밭에서 양들과 소들이 모여 어둡도록 기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요함과 엄숙함이 함께 보이는 모습, 동물들도 모여서 검거나 희거나 초록의 자연을 경배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는 없다.

생명을 위해 먹어도 풀은 다시 자라난다. 목동은 어디로 간 것일까, 보이지 않는 목동과 꼴망태와 마구간을 위해 말 없는 땅과 마음껏 몰려다니는 하얀 구름을 위해 그 아래 모든 것 가만히 두는 하늘을 위해 나는 두 손을 가만 모으고 기도했다. 지속될 수밖에 없는 평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음이 행운이고 행복이었다. 게다가 따스한 밥을 먹을 수 있었으니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 조승래(趙勝來) 시인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성 어류에 대한 보고서』, 임재도 시인과 공동시집 『공감 여행』 , 김일태 등 7인 공동 시집 『길 위의 길』 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고, 계간문예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시와시학 문인회,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동인 및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와 서울문학광장 이사로 활동 중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