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소재지

                               박 정 숙

쌓여 가는 읽어야 할 책 허공에 흩어진 싯구절 헤어져 있는 사람들의 그리움
비와 달빛, 빠른 계절의 변화 그 틈으로 지나는 바람 그 어느 것 하나 무게가
없는 것이 없네 몰래 쓰는 이 독백 가벼이 여기지 말게 하늘 나는 천사의 날개에도
중력은 있을 것이야 날개인 줄 알고 받아 입은 과분한 문학상의 무게에 가위 누름
잦아서 꿈속에서도 중력에 허우적거리고 있어

❚작가 노트

사물은 모두 무게를 가지고 있고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에 발붙이고 살면. 훨훨 바람에 휘날리는 민들레 홀씨도 무게가 있고 비와 달빛, 빠른 계절의 변화 그 틈으로 지나는 바람 그 어느 것 하나 무게가 없는 것이 없다. 중력 없는 우주로 가서 살 수도 없으니 모두 감내해야 할 일이다. 몰래 쓰는 이 독백 가벼이 여기지 마시라 하늘 나는 천사의 날개에도 중력은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부족한 저의 시를 이렇게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시를 쓰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인사했다. 그저 날개인 줄 알고 받아 입은 과분한 문학상의 무게에 가위 누름이 잦아서 꿈속에서도 중력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중력에 강한 시를 쓰고 싶다.

❚ 박정숙(朴靜淑) 시인은 …

▲ 박정숙(朴靜淑) 시인

창원 출생으로 2019년 《영남문학》 겨울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고, 영남문학상(2021), 계간문예작가상(2023)을 수상했다. 영남문학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시향문학회 회원, 계간문예작가회 수석이사로 활동 중이다.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국내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