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설 수 없는 아픔

                                    조 창 용 

아물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진물나는 세상을 살고 있다
내 운명과 스스로 피 터지는 싸움질을 하면서
가는 길마다
살 찢는 눈길들에 서러워서, 서러워서
진저리치다 고개 떨구면
내 발길 앞에는
천 길 깎아지른 낭떠러지 벼랑 끝이었다

때로는 내 삶이 더럽고 원수 같아서
차라리
나를 죽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혼자서 스스로 설 수 없는 지게 같은 삶을
천형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지금도
일찍이 세상 떠난 내 부모의 죄도 아니고
나의 죄도 아니고 싶다
그저 세월의 바람이고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잠시의 고통이고 싶을 뿐이다

❚ 작가 노트

시인은 양하지가 마비된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양측 목발에 의존하지 않고는 혼자서 스스로 일어설 수도 없는 몸이다.
이런 몸을 시인은 천형으로 알고 살아왔다.
이런 시인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사회의 눈길과 편견은
시인에게는 진물 철철 흐르는 진저리나는 원수 같은 세상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인의 가슴에는 시와 사랑이 있었다.
천형으로 알고 살아온 장애는
시인을 낳아준 부모의 죄도 아니고
시인 자신의 업보나 죄는 더욱 아니었다.
이 또한 지나갈 세월의 바람이고
사는 동안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잠시의 고통일 뿐이었다.

시와 따뜻한 사랑을 품고 있는 시인에게
육체의 장애는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정작 장애인은 그 가슴에서 시를 잃어버리고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었다.
시인은 시로, 사랑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자신의 장애를 승화시켰다.

시인은 현재 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장애인의 복지와 행복한 삶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들의 가슴에 시를 심고 사랑을 전하는 행복전도사이다.
시인의 가슴에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시와 사랑이 흘러넘치기를 기원한다.
시인에게 진심 어린 갈채와 응원을 보낸다.
― 부울경뉴스 편집부 ―

❚조창용 시인은 …

▲ 조창용 시인

부산 수영 출생
계간 시전문지 <시의 나라> 등단
시집 『새가 되어 오리라』, 『어느 마지막 바람결에』 외
전, 사단법인 부산시인협회 이사장
현, 사단법인 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
E-mail : jopoet@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