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나무

                                  박 미 정

연붉은 꽃 점점이
가을의 연민 속으로 깊어간다

낮별 허방한 곳이 없는 들판에는
부지런한 농부의 손
풍성한 벼이삭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니
백일홍 꽃가지 고운 미간이 절정이다

이른 햅쌀밥 구수한 굴뚝 풍경에
마을마다 한가로운 저녁 웃음이 퍼질 때
하늘은 가을철 별자리를 준비할 테지

오늘은 내가 뽑은 별 하나
머리맡에 향기롭게 두고
화사하고 따뜻한 이불을 덮고
편안한 잠을 자고 싶다

* 작가 노트 

▲ 박미정 시인

백일홍 나무가 한창 아름다울 때 들판이 예쁘다. 볕살에 통통해진 이삭, 가을을 말해 버리면 구수한 햅쌀 밥상을 차리시던 어머니가 그립다. 보고 싶다. 별을 켜 두고 꽃처럼 화사한 잠을 청하면 어머니가 잠시라도 다녀가실 것 같다.

박미정은 시인‧수필가‧평론가이다. 2007년 <여성문학상> 대상, 2011년 <부산문학상> 대상, 2014년 <한국해양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제라늄의 분홍미소』등 8권, 수필집『해무를 벗기다』, 저서『한국 현대 해양시 연구』가 있다.
인제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했으며, (사)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부산문인협회, 한국창작가곡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