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김 효 경

날이 저물면
별보다도 먼저 불을 밝히어
연인처럼
정인처럼
내 불면의 밤을 지켜주고

눈이 내리는 것과
꽃이 피는 것과
아름답게
혹은 슬프게
너를 스쳐 떠나가는
세상 모든 것들을 지켜보는

너는, 한 그루 겨울나무 같으다

* 작가 노트

▲ 김효경 시인

어스름 저녁이면 어김없이 어둠을 밝혀주는 불빛이 반갑다. 연인 같기도 하고 정인 같기도 한 가로등. 불면의 밤이 따스한 건 온화한 그 불빛 때문이다. 그윽하게 나를 바라봐 주던 사랑의 사람, 그 사람의 눈길 같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스쳐지나가는 동안에도 부동의 자세로 그저 바라만 보는 그 묵묵함이 좋다. 엄살을 부리거나 흔들리거나 하지 않는 그 꿋꿋함이 좋다. 봄을 꿈꾸며 쉴 새 없이 물을 길어 올리는 겨울나무처럼 홀로 서서 스스로를 빛내고 있는 자존감이 부럽다.

가끔 가로등 아래를 찾아간다. 쏟아지는 불빛을 온전히 혼자 차지하고 서 있으면 왠지 가슴이 따스해지고 맺혀있던 것들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그래서 저녁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 김효경 시인은 ……

창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자 시낭송가이다. 한국문협, 창원문협 회원이며 창원낭송문학회 리더이기도 하다. 등단 13년 만에 시집『기억들은 모두 꽃이 되었다』(2020년)를 펴냈다.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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