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나무 한 그루

                                               김 효 경

나무였으면 했다
산을 지키듯 그대 일상을 지키는
못생긴 나무였으면 했다
적적한 그 가슴에 오솔길 하나 내어
그대 적적함을 지키는 또 하나 적적한 나무로 서서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고뇌들
아낌없이 받아 안는 배경이고자 했다
어떤 날은 노래가 되고
어떤 날은 향기가 되고
그렇게 그대에게 필요한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우리의 작별은 왜
낙엽처럼 자연스럽지 못했을까
열 손가락 생손 앓다 고개 들었을 땐
봄꽃들이 왔다가 우르르 떠난 뒤였다
내 진정 나무였으면 했다
그대 적적함을 지키는 못생긴
나무 한 그루

* 작가 노트

▲ 김효경 시인

산을 지키는 못생긴 나무처럼 한 사람을 가까이 지켜 봐주고 싶었다.
종종 사람에게 마음을 다치고 하소연 하던 이가 있었다.
그에 대한 측은지심이었을까.
자청하여 그에게 무엇이 되어주자 하였다.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진 않았다.
진심이 버려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았던 그 일을 감당해야 했다.
스스로 초라하기가 짝이 없었다.
세월이 약이라고, 구멍 난 가슴은 두어 철을 지내는 동안 어렵사리 메워졌다.
그러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 모든 기억들이 꽃으로 피어났지만 어느 해 봄, 여름을 그렇게 망연히 보냈다.
어리석게도

▲ 김효경 시인은 ……

창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자 시낭송가이다. 한국문협, 창원문협 회원이며 창원낭송문학회 리더이기도 하다. 등단 13년 만에 시집『기억들은 모두 꽃이 되었다』(2020년)를 펴냈다.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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