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오 은 환

무심코 문을 닫고 살았습니다
침묵의 봄
끝없이 정적이 흐르는 너른 뜰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푸른 외로움이 절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하루가 쌓이고 쌓여 넉넉한 돌탑처럼
세월이 되어 무너집니다
그럼에도 주저리주저리 외로움이 열려
그리움이 되어 익어갑니다
아무렇지 않게 바닷가에 앉아
흰 물거품을 헤집고 흔들어 봅니다
갈매기의 날개는 거룩한 꿈
내일은 날개가 돋아야 합니다
봄이 떠난 후
무심히 닫힌 문을 엽니다
침묵의 심연으로 돌아갑니다
봄을 기다립니다

▶작가 노트

▲ 오은환 시인

참으로 힘겨운 봄을 살았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끝없는 정적 속에서 살게 했다. 곧 좋아지겠지, 곧 끝나겠지, 하며 마음을 쓸어내렸다.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를 생각해야 되고 포옹도 악수도 할 수 없는 삭막한 봄을 살며 그래도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를 생각했고 새처럼 날아보는 꿈을 꾸었다. 외롭고 어둡고 쓸쓸한 봄날에 닫힌 마음을 열어야 했다.





▶ 오은환 시인은 ……

2015년 문예시대 등단
2016년 시선 등단
2019년 아동문학등단(동시)
영호남문학상 작품상, 봉사상 수상
시집『꽃잎을 숨기고』『어디쯤에서 뛰어내렸을까』
『보이지 않는 열쇠』『불후의 설렘』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시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 작품 보내실 곳 jdfree0863@hanmail. net // 주소, 전화번호 기재 요망

- 비대면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