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재 밤소리

                                                홍 진 기

세월도 어여쁜 변덕 바람 따라 흔들려서
마당귀 돌감나무 가지 끝에 걸리는 별
야윈잠
뒤척이는 밤
목이 젖는 풍경소리

멀어서 더욱 그리는 남은 정 눌러담아
아득히 쌓여가는 시름도 매운 세상
그믐밤
무거운 번뇌
몸이 우는 풍경소리

휘장을 내린 적막 어둠에 질척거려
없는 듯 찍고 앉은 두리기둥 납거미집
모본단
올실을 풀어
섞어 짜는 풍경소리

작가노트

▲ 홍진기 시인

고향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워할 고향을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은 더 행복한 사람이다. 고향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은 은혜 받은 사람이다.

몸의 임대기한 마감 날이 다가오면 고향이란 말은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 저 밑바닥 후미진 안전지대에 딱 자리 잡고는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 고향함안 이곡(배나무실)이 지금 그렇다. 그리워할 고향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내 마음의 고향은 여태도 오솔길 꼬부랑길이다. 그 꼬부랑길이 여느 포장된 신작로보다 내겐 아름답고 그립고 사랑스러워 가슴 설레게 한다. 하여 자랑스러운 고향이다. 골이 깊어 봄도 더디 오고, 오뉴월이면 이가 시려 물을 함부로 마시지 못한다. 이 시린 물, 그래서 더욱 그립고 귀한 고향이다. 읍내에서 저녁기차 기적은 보리쌀 기차였다. 우리들의 엄마 아지매 누나들은 도랑사구에 보리쌀 담아 우물가에 둘러앉는다. 그 기적소리도 그립다.

밤이면 무거운 적막, 불은 꺼지고 바람만 스쳐가는 외딴곳에 고독을 벗하며 여태도 혼자 사는 재실 梨谷齋, 자주 못가는 마음 죄스럽기 그지없다. 그 풍경소리 쓸쓸이 목쉰 울음 울겠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워할 고향이 있어 나는 행복한가, 그렇다.

▲ 小井 홍진기 시인은……

<현대문학>(1979. 2.) 자유시, <시조문학>(80. 가을) 시조 각 천료
<낙엽을 쓸며>(100인 선집), <무늬>, <거울> 등 시집 8집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예술인상 외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협,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등 자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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