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교주 

                                                 문 인 선

▲ 사진제공 임재수 사진작가

울 아버지 농사짓고
사랑방을 내어
허기진 과객들 쉬어가게 하셨지
가난한 이웃들
보릿고개 숨 가쁠 때
쌀 됫박도 나눠주셨지

마당의 꽃들이 울 아버지 본을 받아
밤낮없이 뚝딱거리며 따뜻한
사랑방 만들어
송글송글 땀 흘리며 퐁퐁, 콩콩, 촤르촤르
긷고 찧고 빻아
꿀방을 열어놓고
대책 없이 놀기만 하던 벌 나비
불러 모아
월동 준비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새벽이슬 동살에 꿰어 모아
시가 되는 것도 보여 주네

▲ 작가 노트

▲ 문인선 시인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생명의 위협은 일시에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드러난 신천지 교회.
이 교회 또한 우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그 파장이 컸다. 종교란 본시 죽음이 두려운 연약한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 종교가 우리 사회에 미친 순기능은 크고 많다.

그러나 가끔 그 종교를 악용하여 사특하게도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는 아주 질 나쁜 교주가 있다면 슬픈 일이다. 배척해야 할 일이다. 개인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큰 해악이 아닐 수 없다. 사회의 한 병리현상이 되어 있는 특정 교의 행태를 보면서 필자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선비정신으로 포덕양화를 실천하신 마을의 큰 어른이셨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교라는 간판 내걸어 앞에서는 말로 유창하게 설교하고 뒤에서는 자신의 사욕을 챙기는 것이라면 종교요 교주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사이비다.

울 아버진 교회 한 번 가신 적 없고 절에 한 번 가신 적 없으시다. 높은 벼슬을 하신 것도 아니시니 큰 권력은 더욱 갖지 않으셨다. 오직 자신의 위치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면 공자와 맹자의 정신을 일깨우셨고 몸소 행하시며 베풀고 사셨으니 존경은 자연스레 받으셨다. 아버지 가신지 오래지만 지금도 고향에 가면 마을 사람들 달려 나와 내 손을 서로 잡고 우남어른 사실 때…… 우남마님 사실 때……한다.
필자 또한 평생 아버지 가르침을 종교처럼 마음에 새기며 살고 있다.

▲ 문인선 시인은…… 

시인/시낭송가/문학평론가/경성대시창작아카데미교수
한국문인협회중앙위원, 부산문협연수이사, 전국낭송대회심사위원장 수회
한중윤동주문학상심사위원장외 다수, 시집 『날개돋다』외 4권과 동인지 다수
한국농촌문학상, 백호낭송문학상, 실상문학작품상 외 다수
전평화방송 시낭송과 해설담당, 교육청연수원강사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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