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허공

                                                  조 승 래

매일 10m 꼭대기에서
코코넛을 따는 아버지

매달린 가족을 생각하며
그늘에서 삼키는 멀건 죽

속을 비워
새처럼
가벼워질 때 비로소

몸과 나무
하나가 될 때

그곳에
아슬아슬
열매가 있다 오늘도

죽 한 공기
허공 한 그릇,

* 작가 노트

▲ 조승래 시인

가마우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전복, 조개, 해삼, 멍게 등을 잡기 위해 내 숨 참아가며 바다 속을 들락거리고 잡은 것은 돈을 만들기 위해 먹지도 못하는 해녀들의 삶이 그러하고, 코코넛 따는 일이 너무나 고되어서 내 몸을 가볍게 하려고 멀건 죽을 먹는 아버지의 삶이 그러하다. 부모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효를 생각해 본다. 은혜를 잊지 않고 보은하는 착한 자식은 또 효도하는 자식을 키우게 되고, 세상이 점점 그렇게 변해갈수록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세상에는 분명히 착한 사람이 더 많다.

▲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 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아노텐금산(주) 대표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지냈고, 현재는 씨앤씨 와이드(주) 대표로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