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는 부산을 이루는 또 하나의 DNA다. 한국전쟁 당시 삶의 터전을 찾아 산으로 올라갔던 피란민들이 부산만의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낸 것이다. 천마산자락에도 천마로, 해돋이로, 천마산로 등 산복도로가 띠처럼 층층이 둘러져있다. 아미·초장동은 가장 높은 천마산로를 끼고 자리잡고 있는데, 특히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은 피란민들이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비석·상석·경계석 등으로 집을 지어 형성된 마을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이처럼 전쟁의 아픔과 독특한 마을형성사를 간직한 아미·초장동이 이제는 시(詩)의 마을’을 꿈꾸고 있다. 마을주민들과 고명자·김수우 등 시인들이 의기투합해 시(詩) 창작교실인 ‘아미동 초장동, 시의 마을을 꿈꾸다’를 열기로 한 것이다. 두 시인은 부산문화재단의 레지던스 사업인 ‘아미동 반딧불이 8호점’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아미동에 거주하고 있는데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서구가 추진 중인 ‘아미·초장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주민공모사업으로 시 창작교실을 제안했다.

시 창작교실은 시 창작과 부산 출신 시인들의 시 읽기로 이루어진다. 특히 시 창작 수업은 △산복도로를 걷다 △비석문화마을의 역사-피란수도 부산 △부산의 풍경을 바라보다 △지붕과 지붕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밥 짓는 냄새가 골목에 퍼지면 등 소주제가 말해주듯 철저하게 아미·초장동에 기반을 두고 진행돼 흥미를 끈다.

진행을 맡은 김수우 시인(백년어서원 대표)은 “아미·초장동의 가장 큰 매력은 ‘역사’와 ‘풍광’이다. 서구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중심이었으며 피란민들이 가장 먼저 터를 잡았던 곳도 자갈치를 거쳐 천마산 자락, 이쪽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아미·초장동은 부산의 지형적 특성인 산복도로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라고 말하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사업이 시를 통해 아미·초장동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또 “우리가 매일 눈으로 보는 풍경, 골목, 계단, 창문 등등 일상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다. 주민들의 가슴 속 깊이 내재돼 있는 상상력과 문학적 감수성, 공감 능력을 이끌어내고 확장시켜서 주민들이 쓰고 싶은, 생활과 밀착된 시를 소박하면서도 진지하게 써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시 창작교실은 오는 6월 4일부터 10월 15일까지(총 15회)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아미동 반딧불이 8호점’과 기찻집예술체험장에서 진행되며, 끝난 뒤에는 참가자와 시인들의 시를 묶은 마을시집도 발간될 예정이다.

시 창작교실에는 아미·초장동을 중심으로 서구 관내 산복도로 인근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선착순 15명이며, 더 상세한 내용은 창조도시과(240-4234)로 문의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