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김 희 영

눈시울이
붉은 것이
많이도 울었고

등이
굽은 것이
열심히도 살았구나

몸이
가벼운 것이
마음을 비웠고

바스락바스락
정겨운 화음이
곱게도 사랑했구나

*작가 노트

▲ 김희영 시인

시청 앞 녹음광장에 가을이 오고 깊어지면 나무 아래에는 나비 떼가 앉은 것처럼 울긋불긋 낙엽이 쌓인다. 낙엽을 밟으면 유년의 시절로 돌아가 보기도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떨어진 나뭇잎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누군가가 언제부턴지 이런 아쉬워하는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낙엽의 정취에 흠뻑 빠져 보라고 광장 한켠에 낙엽을 산처럼 지북이 쌓아 놓았다. 발갛게 물든 낙엽은 무슨 설움 그리 많은지 나처럼 많이도 울었던 것 같았다. 많이 울고 울어서 눈시울이 붉게 물들지 않았을까 싶다. 낙엽의 등이 구부정하게 굽은 것은 자식 위해 평생을 희생해 온 부모님처럼 열심히 살아온 결과이리라.

바람이 불면 반항하지 않고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은 마음을 비워 가볍기 때문에 잘도 뒹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면 나는 소리, 낙엽은 오래전부터 초록의 싱그러움과 맑은 공기를 세상에 선사하며 사랑을 주고 서로서로 곱게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더도 덜도 아닌 낙엽처럼만 살아도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조선 초의 시인이자, 학자인 성간(成侃)은 “시는 소리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소리 없는 시다.”고 했다. 이는 시는 그림처럼 아름답고 그림은 시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일 것이다. 앞으로 낙엽처럼 살기를 실천하며 그림이 있는 시를 쓰도록 더욱 정진해야겠다.

김희영 시인은 『문화일보』로 등단하였다. (사)부산여성문학인회 회장 역임, 자문위원, 부산공무원문인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자문위원이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부산본부장으로 있다. 부산문학상, 제3회 공무원문학상 외 다수 수상하였다. 시집 「시의 바다 부산」 등 8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