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에

                                                정 순 영 

차가운 바람이 발가벗은 나뭇가지를 휘감더니
추억처럼 쌓인 낙엽 위에 첫눈이 하얗게 내리고

따사로운 햇살이 그리운 인생의 자드락길에서
비워가는 마음에 졸졸졸 청명한 냇물이 흐르네.

＊소설小雪: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언다고 하는 절기지만
가끔 따뜻한 햇볕이 내려 쪼이는 소춘小春이라고도 함.

＊작가노트

▲ 정순영 시인

인생에서 소설小雪쯤 되면 제법 나이를 먹은 셈이다. 나이를 먹은 만큼 나이 값을 한다는 것은 내어주고 버릴 줄 알고 비워서 정리하는 정도를 말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면서 그 나이 값하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절기를 두고 자연의 현상에 비추어서 마음을 다스리면 나이 값할 수 있는 맑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순영鄭珣永시인은 1974년 시전문지 『풀과 별』 추천완료. 명예문학박사,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 현대문학100주년 기념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시는 꽃인가』외 7권, 4인 詩集『사랑』(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 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