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의 우정

                                                황 예 순

▲ 사진 서문희

모롱이를 돌아 사거리 길에는
접혀질 대로 접혀진
할머니의 허리처럼
재래시장의 이정표 구부정하다

등인지 허리인지
경계가 사라진 꽃무늬 고무줄 바지
시들어 버린 장미꽃 무늬
빛깔을 잃은 지 오래다

좁은 시장 길처럼
촘촘히 박힌 주름에는
단골을 맞이하던 웃음도 있다

끝물에 주고받던
덤
덤
덤

지금도 그때처럼 함께하는
우정 

* 작가 노트

▲ 황예순 시인

재래시장 모롱이를 돌아가면 비좁은 길목을 자리 잡고 앉아 상추나 고추, 깻잎,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이 낙이라며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킨다. 낡고 삭은 고무줄 바지를 입은 할머니의 삶을 대변하는 듯 시들어 버린 장미꽃 무늬가 이정표처럼 흔들리고 있다.

황예순 시인은 2011년 『문학도시』로 등단하였다. 현재 은가람문학회 회장, 부산영호남문인협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한국창작가곡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 작가상(2013년), 부산문학상(2017년)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 『한 송이 꽃으로부터』,『바람의 박제』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