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십리길

                                                김 혜 영

지글거리는 염천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
한낮의 열기를 식힌다

허공에 창끝을 겨누며 늘어선
대쪽 같은 초병哨兵의 기상
독수리 날개 치듯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오른다

대숲 십리길
푸른 숲 비집고 들어오는
한 줌의 강렬한 햇살은
인연의 끈에 엮여
아파오던 상처를 감싸며
너와 나
아름다운 동행 길 나선다

*작가 노트
울산 대숲 십리길을 찾아가는 길은 설렘이었다. 지글거리는 염천에 대숲을 걷노라니 모든 시름이 다 물러가고 정적이 감도는 대숲에 부는 바람만이 속세에 찌든 마음을 씻어준다. 울산에 사는 시낭송가와의 인연이 나를 이곳으로 달려오게 해 준 덕분이다. 한 줌의 햇살이 대숲을 비집고 들어오는 한낮. 그녀와의 즐겁고도 아름다운 동행 길이었다.

김혜영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문예시대』를 통하여 등단하였으며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한국가람문학상과 최치원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는 『바람의 언덕 한영 대역본』, 『요나의 고래사냥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외 3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