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激情

                                           懷月 박 문 희

치마끈 질끈 동여매었다

무너지지 않으리라
다 떠나보내리라던 다짐
치마폭에 쓸 것을

밝힘, 관음,
온몸이 꿈틀거리며
여기저기 눈짓을 흘린다
헤픈 한 여인이 보인다
그의 근육이 불끈거리며
분명, 나를 부른다

으스러지듯 안기며 맞으리
왜 이제 왔나
가슴 콩콩 치리
내 손안에 너 있는 것인 거다
가만, 가만

사랑은 적나라하게
삼류처럼 하는 것
등장인물 보이지 않고
갈대 넘어지는 소리
물레방아 도는 모습
하릴없다

서툰 나의 몸짓 가끔은
느껴보지 못한 그것을 느끼게
발칙하다

진국 맛은 아직 못 내도
詩樂국 한 그릇 뚝딱 끓였다.

* 작가 노트
​

▲ 박문희 시인

아버지란 이름의 기억 하나 지니지 못하고 자랐다. 옛말에 얼굴도 보지 않고 데려간다고 얘기하던 그 셋째 딸이자 막내인 나는 늘 어머니의 사랑이자 제일 아린 가슴이었다. 우리 막내이 막내이 하시던 어머니 6년 전 소풍 길 떠나시고 차마 힘들어 아무것도 못하던 시간 속에서 쓰기 시작한 글. 얼굴 모르는 이들이 주신 용기로 자신감 얻어 시작한 시인의 길.

아직은 서툰 걸음이라 어린 양 놓는 초보 시인의 마음. 다람쥐처럼 먹이 주머니 볼록볼록 채워 넣고 싶으나 되지 않을 때 詩에게 토라져 쓰지 않으리라 떠밀어 놓아 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이끌림. 詩를 쓰는 순간의 희열을 쓸 수 있다는 일, 그 멋진 일을 ‘격정’이란 제목으로 써본 글이다.

박문희 시인은 경북 의성 출생이고 『대한문학세계』 詩 부문에 등단하였으며 경남 창녕에 거주하고 있다. ​사)대한문인협회 회원, 월간 모던포엠 시 발표 다수 문학춘추, 동인탐방 등에 시를 발표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