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슴 

                                           人山 김 만 옥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돌아서면 항상 남겨지는 아쉬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한눈을 팔거나
요행을 바라고
적당히 살아온 것도 아닌데
미워할 것은 미워하고
그리워할 것은 그리워하면서
미친 듯이 사랑도 해봤는데
단지 최고의 사랑을 못 했을 뿐이고
최고의 순간이 오지 않았을 뿐인데
왜 이리 가슴이 아려 오는지
왜 자꾸 미련이 남는 건지
하염없이 허전해 오는 텅 빈 가슴

우리들 가슴은
항상
새로운 무엇으로
채워지기 위해 비워진다.

＊작가 노트

▲ 김만옥 시인

우리는 살아오면서 누구나 어떤 일이 끝난 시점에서“아!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는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속상해본 경험이 있다. 때로는 발을 동동 구를 만큼 너무도 안타까워서 밤잠을 설쳐가면서 눈물까지도 찔끔 흘려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꼭 자신이 잘못했다기보다 신神처럼 항상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지만 결코 100% 만족이란 있을 수 없는 법. 엉뚱한 곳에 한눈을 팔거나 요행을 바라고 대충 산 것도 아니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면서 사랑도 남들만큼 미친 듯이 해 보았고 열정적으로 땀 흘리며 일도 해보았지만 그것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최고의 사랑이나 최고의 순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족함을 느끼는 이 간절한 아쉬움.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발전이 있고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기치 못한 실수를 한다거나, 노력한 만큼의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가슴으로 몰려드는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은 공허함. 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채움과 비움의 연속이 아니던가. 결코 아파하거나 속상해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로 채우기 위하여 비워지는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과정일 뿐이다.

김만옥 시인은 시인, 수필가, 시조시인, 아동문학가이다. 월간 국보문학 작가협회 회장, 부산솔잎시조문학회 회장, 실상문학 작가회 편집장이며 주간 한국문학신문 기자이다. 공무원문예대전 행정안전부장관상수상 외 다수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는『당신이 내게 빌려준 시간동안』외 공저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