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에서

                                                조 선 영

강은 끝없이 흐르는 일이다
긴 여정이 끝나는 하구
절반의 생이 몸부림이었을
물비늘, 그 윤슬이 눈부시다
모래섬 자라는 갈대꽃 사이
깔리는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내 그리움을 필사하는 새떼들
내려앉는 왁자한 울음소리에
바람의 질량은 높아가고
떨어져 나온 외톨이 별 하나
평온한 적막에 찾아들어
고단한 깃털을 고르다
어두운 불면의 채색 꿈 밖에서
외다리 고독한 야생의 그대
홍학의 꿈을 줍다 가는지...

*작가 노트

▲ 조선영 시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10월 말이면 탐방객이 찾는 철새들이 돌아오고 있다. 에코센터엔 탐조대가 있고 핑크뮬리가 피어있는 탐방로엔 해설사님과 동행할 수 있다. 새만금에 이어 낙동강 하구에도 야생 홍학이 나타났다는 작년 겨울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홍학은 왜 붉을까 홍학의 먹이는 갑각류와 남조류인데, 남조류 안에 있는 노랑·주황·분홍색을 띄는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몸속에서 붉은 색을 낸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일출보다 일몰이 좋은 건 왜일까. 갈대 숲 풍경이 아름다운 물길을 따라 낙동강 하구에 이르면 이젠 인생도 유장한 일몰의 하구에 다다른 느낌이다.
어느 해 싱가폴 주롱새 공원에서 홍학을 만난 적이 있다. 붉은 홍학이 물가에 노니는 침구를 들여온 날, 사랑의 춤꾼 긴 다리의 홍학이 추는 플라맹고 집시의 사랑춤을 본다. 꿈이다.

물가에 찾아와서 깃털을 접는 통통배 오가던 갈대꽃 모래섬이 자라는 하구. 잊어버린 꿈을 줍다 가는 불면의 강엔 겨울 철새울음소리 드높아라.

조선영 시인은 경남 창원 출생으로 『현대시조』, 『새시대문학』를 통해 등단하였으며 부산시인협회 편집위원,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상과 정과정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는 『천마도에 대한 상상』외 다수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