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꽃

                                                  노 정 숙

활짝 핀 너를 찾아
마늘밭을 기웃거렸지

햇살이 꽃말을
귀엣말로 속삭일 때마다

뽑아온 마늘 꽃대로
정갈한 밥상을 차렸지

모서리를 둥근 원으로
깎는 연습을 해종일 하며

마늘 꽃 하얀 미소
가슴 깊이 심어 놓았지

*작가노트

▲ 노정숙 시인

마늘쫑이 한 뼘 정도 올라오면 뽑아 주어야 튼실한 마늘을 수확할 수 있다. 마늘 꽃대를 뽑을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염불처럼 되뇐다. 서너 포기는 꽃을 보려고 남겨둔다. 꽃봉오리는 상모 같은 고깔을 벗고 하얀 꽃이 피었다가 연보라색으로 옷 색깔을 바꾼다. 다시 본래의 흰색으로 돌아와서 꽃잎을 다소곳이 접는다. 부모가 자식을 감싸듯이 씨앗을 감싸 키운다.

잘 영근 씨앗을 편지봉투에 넣어 보관해 두었다가 마늘을 파종할 때 같이 심는다. 건강한 마늘 순과는 다르게 마늘 꽃씨 순은 불쌍할 정도로 약해서 애처롭다.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건강한 통마늘을 달고 있다. 꽃대와 통마늘로 장아찌를 담았다. 밑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내 안에서 마늘 꽃 피는 소리 듣는다.

노정숙 시인은 『문학도시』 시 부문에 등단하였으며 시낭송가, 부산문인협회 봉사차장, 새부산시인협회 이사, 강서문인협회 ․ 시가람 낭송문학회 시낭송 강사, 낙동강 시낭송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비꽃」외 1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