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김 청 수

박물관 뜰에서
목 떨어진 불상을 보고 돌아온 날
내 목을 만지고
불상이 내 꿈 속 정원에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목탁 소리 들리고
바람이 출렁이는 나무에서 별들이 매달려 있었다
흰 소를 탄 백발의 노인이 별을 따서 강물에 던지면
출렁출렁 떠오르는 목 없는 부처들

나는 물 위를 걸어 하나씩 짊어지고
목이 떨어진 불상을 밤새 다시 붙였다
백발의 노인은 흰 소에 불상을 싣고
비슬산 대견사지 쪽으로 자꾸만 올려 보내는 것이었다

*작가노트

▲ 김청수 시인

목 떨어진 불상 앞에서 어딘가에 홀린 듯 오랫동안 발걸음이 머물다 온통 내 마음을 빼앗긴 그날 밤, 나는 밤새 꿈을 꾸었고 생생하게 현몽現夢했다. 우리 집 정원의 소나무에 별들이 총총히 매달려 있었고 흰 소를 탄 백발의 노인이 별을 따서 강물에 던지면 출렁출렁 떠오르는 부처의 얼굴들. 나는 짊어지고 돌아와 목 떨어진 불상을 밤새 다시 붙였고 백발의 노인은 흰 소에 불상을 싣고 비슬산 대견사지 쪽으로 자꾸만 올려 보내는 것이었다. 그 꿈 이후 일제에 의해 강제 폐사됐던 비슬산 대견사가 약 100년 만에 다시 중창되었고 2013년 3월에 착공하여 2014년 3월 1일 완공하였다. 폐사지에 중창된 대견사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인 대견보전과 선당, 산신각, 요사채 등 4채 건물로 조성되었다. 신비로운 꿈을 꾼 이후부터 필자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가끔 나도 모르는 기운에 이끌려 붓을 들면 불화佛畫가 그려진다.

김청수 시인은 경북 고령 개실마을 출생으로 2005년『개실마을에 눈이 오면』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14년『시와 사람』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차 한잔 하실래요』『생의 무게를 저울로 달까』『무화과나무가 있는 여관』등이 있다. 제1회 창작과 의식문학상, 제8회 고령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계간 시와 늪 심사위원, 계간 시하늘 운영위원, 고령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달성문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이사, 대구시인협회 감사, 화숲동인, 함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