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김 숙 이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는 길이라면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빨리 흐르느라고
미처 못다 한 강가의 풀잎과도
짙은 이야기 나누며

별들에게도 화답하며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무작정 빨리만 가며는
뭐라도 잡을 것 같기에
열심히 앞으로 흐르기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다로 간 벗들은 증발되어 소금으로 변할 뿐
앞만 보고 흐르는 것이야 말로
지독한 슬픔이라는 겁니다

살아온 물길이 너무나 아쉬워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강물이어서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흐르고 싶습니다.

* 작가노트

김숙이 시인

나는 언제나 빨리 빨리 행동하고 앞만 바라보고 살아 왔다. 목숨의 강물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어제를 반성하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동공을 맑게 하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 여유 있게 살고 싶다.

김숙이 시인은 대구출생으로 시집 『새는 뭍에서도 꿈을 꾼다』(2004). <천상병문학제>에서 시사문단 문학상 대상 수상(2005), 논문집 『백석 시 연구』(2011)를 펴냈다.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현재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일일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