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변에 봄버들 

                                                김 상 환

▲ 그림 정문현

봄햇살이 꿈만 같은 금호강변, 그 긴 회랑을 누구도 없이 걷는다. 벚꽃은 아직 피질 않고 목련은 벌써 만개한 채다. 물무늬가 어룽진 강상의 유람선, 저만치 물가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면 난장(亂場)이다. 북소리 노랫소리에도 물오리는 물이 좋아 물에서 산다. 온천장 여관 탱자나무 울타리 참새 떼가 나뭇가지 사이를 무애자재하게 옮겨 다닌다. 바둑이도 따라 길을 걷는다. 오후 세 시의 다리를 건너면 오솔길, 그 작은 가지 마다에 새순이 돋는다. 한낮에도 검은 별자리가 내려다보이는 팔각 정자에 올라 주문을 왼다.

각항저방심미기를소리내어읊조리는사이일시무시일일종무종일을소리내어말하는사이화이트헤드무라야마히토시기욤뮈소지금이순간우주는정말하나뿐일까한스폰뷜로우의3B정화된밤을기다리는사이알파노의푸치니투란토트쥐스마이어의모차르트레퀴엠봄의제전은순전히리듬이다.

천부경의 몸과 놀이
전신하늘걷기 크로스컨추리 트위스트
금호강변에 봄버들
옹천북후두문에 봄이, 버들이 왔다.
봄은 버드나무 가지에 조는 누에

* 작가노트

▲ 김상환 시인

취운재(翠韻齋) 박성철 교수의 시「소래포구 풍경-실험·3」을 차운한 이 시는 어느 해 봄 금호강변을 배경으로 한다. 길에서 공원과 정자에서 다리에서 나누었던 우리의 시간과 이야기는 전통과 실험, 죽음과 생명, 천지(天地)와 현황(玄黃)의 말이 마구 뒤섞여 있다. 나의 봄은 버드나무 가지에 조는 누에-현의 사유 이미지이자 리듬이다.

김상환(金相煥) 시인은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영남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문학박사).《월간문학》으로 등단해 시집으로『영혼의 닻』이 있다. 그리고『현대시학』,『시와시학』,『대구문학』등지에 다수의 평론을 발표했다.

* 부울경뉴스『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