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김 숙 이

행여 자손에
바람이 불세라
연두색 이불 아래
부적을 살펴두고
맏손자 도회지에
시험 치러 간다면
갓난아기 배냇저고리
구해 오셔서
절에서 얻어 온
색실 한파람
한 올 집어 올리고
한 올 집어 내리며
신명이 나던 할머니
당신은 아무 것도
모르신다지만
친척들 제사날도
다 아시던 할머니
그 많은 근심 어디 두고
꽃잎이 되신가요
서늘한 들풀에 엎드려 절합니다.

* 작가노트

▲ 김숙이 시인

할머니는 수험생 손자를 위해 개금불사 하는 절에 성심을 다해 참가하시어 색실을 얻어서 깊이 보관해 왔다. 개금불사 때 쓰였던 색실은 나쁜 기운을 내치는 힘이 있어서 불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한 배냇저고리는 수험생의 합격을 보장한다는 속설이 있다. 세월이 흘러 내 자식이 수험생이 되었을 때 나의 모든 정성은 내 할머니를 빼닮아 있었다.

김숙이 시인은 대구출생으로 시집 『새는 뭍에서도 꿈을 꾼다』(2004). <천상병문학제>에서 시사문단 문학상 대상 수상(2005). 논문집 『백석 시 연구』(2011)를 펴냈다.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현재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일일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