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 

                                                 김 상 환

▲ 그림 정문현

주일 아침, 꽁지가 하얀 새 한 마리가 예배당으로 찾아 들었다. 어디서 어떻게 날아든 지는 누구도 모른다. 천정 가까이 대형 스피커가 있는 난간에 걸터앉아 신명기 말씀을 듣는 작은 새, 지루한지 출구를 찾고자 해서인지 벌써 허공을 몇 바퀴째나 도는지 모른다. 입구가 어디지, 어떻게 문밖으로 나갈 수 있지…… 두려움과 떨림의 순간은 한동안 이어진다. 그러다 어디선가 들리는 그리스도의 음성― 내가 어디서 오는지 아는 자 있느냐* 입구 출구는 본래 없는 구멍. 미동도 않고서 묵상하는 새를 뒤로 하고 축도가 끝나기 무섭게 나는 서둘러 문을 나선다.

*우리는 이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아노라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에는 어디서 오는지 아는 자가 없으리라. (요한복음 7장 27절)

* 작가노트

▲ 김상환 시인

주일 아침, 어디서 날아든지 모르는 새 한 마리가 예배 본당에 찾아들었다. 엄숙한 시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허공을 몇 차례 돌고 돈다. 물론 출구를 찾아서이다. 이번에는 아예 포기라도 한 듯, 대형 스피커 밑에 죽은 듯 앉아 있다. 작은 새 한 마리와의 우연한 마주침. 시는 어디에 있는가? 출입과 내외, 유무의 접점은 아닐까. 나에게 새는 사이이자 새로움이며, 떠오르는 해다. 빛이다.

김상환(金相煥) 시인은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영남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문학박사).《월간문학》으로 등단해 시집으로『영혼의 닻』이 있다. 그리고『현대시학』,『시와시학』,『대구문학』등지에 다수의 평론을 발표했다.

* 부울경뉴스『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