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손

                                                김 청 수

오늘, 새벽 강을 깨운다
아침 전깃줄을 흔들며
까마귀 울음소리도 깨운다

터벅터벅 관절을 깨우고
샛별의 일터를 깨운다
푸른날의 청춘도 깨우고
시간당 4,500원 노임의 노예근성도 깨운다
기름기 빠진 까칠한 손을 깨우고
저녁 미꾸라지 튀김을 집던 기억도 깨운다

그래, 세상은 온통 멍투성이
마셔 버리자,
그 생각을 깨우다가

밤하늘 푸른빛의 혁명처럼 허공을 깨우다가
도시의 골목에서 어쩔 수 없는 울음을 삼킨다.

* 작가 노트

▲ 김청수 시인

오래도록 생각하고 오래도록 되새김질한다. 흘러간 모든 것들이 느린 물살 속에서 길게 흔적을 내거나 여운을 남기며 흐른다. 삶의 무늬는 늘 산그늘이지만, 그 그늘이 저녁 강을 깨운다. 누구나 젊은 날의 삶은 장편영화 속 주인공을 꿈꾼다. 나도 그랬다. 허나, 지천명쯤에 와보니, 하루의 단막극이 오히려 편하다. 하여, 욕망의 오르막은 그것대로 좋고, 절망의 내리막은 그것대로 좋다. 오늘도 묵묵히 인생이란 강을 건너간다. 지구에 온 모든 발자취들이 다 그렇게 건너갔듯, 밤하늘 푸른빛을 보며, 밥 그릇타고 건너간다.

김청수 시인은 경북 고령 개실마을 출생으로 2005년『개실마을에 눈이 오면』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14년『시와 사람』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차 한잔 하실래요』『생의 무게를 저울로 달까』『무화과나무가 있는 여관』등이 있다. 제1회 창작과 의식문학상, 제8회 고령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계간 시와 늪 심사위원, 계간 시하늘 운영위원, 고령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달성문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이사, 대구시인협회 감사, 화숲동인, 함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