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 속의 달

                                               김 상 윤

파스텔 톤 은은히 빛나는 노란 달은
아무리 보아도 마음 시리지 않네

언젠가
노란 달이 붉은 달로 변하던 밤
오동나무 숲에 정적 감돌고
달빛 뜯던 나뭇잎도 손가락 감추었지

그 달 옆구리에 새싹 돋아
그 빛 점점 자라 만월이 되었을 때
아, 죄도 없이 죄를 씻고 다시 태어나는 달-
오동나무가 수런거렸지

달빛 퉁기며 나뭇잎들은 신성한 화음을 연주했지
노란 달과 붉은 달, 검은 달과 만월
달과 내 마음 사이 여러 가닥 현이 걸려 있어
나는 펜으로 달빛을 연주한다네

노란 달은 몽유 속의 달, 달빛 부드러워
덜 아프다네

* 작가 노트

▲ 김상윤 시인

달은 왜 그리운가, 달은 왜 몽상 속에 거니는가, 달은 왜 잠 못 드는가, 달은 왜 모든 것으로 보이는가, 달은 왜 연주를 하는가, 달은 왜 푸른 손을 내미는가, 달은 왜 날개가 있는가, 달은 왜 말없이 말하는가, 달은 왜 달빛으로 바느질을 하는가, 달은 왜 환하게 웃는가, 달은 왜 고개 돌려 뒤돌아보는가, 책상 앞에서는 답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달을 쳐다보고 있으면 어떤 대답도 정할 수가 없다.

김상윤 시인은 영월에서 태어나 구룡포에서 소녀시절의 한 때를 보냈다. 2002년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 고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구 시인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는『그대 손은 따스하다』(2003),『슈뢰딩거의 고양이』(2012)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