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계

                                                김 상 윤

A는 항성계 밖으로 간 것일까
아직 답이 없다 거기서 지구까지 얼마나 걸리는 걸까

낚싯줄 팽팽히 당겨진다 지구가 물린 거다 행성들의 궤도는 탱탱했다 보이지 않아도 늘 당겨지고 있어 새들의 바람 소리는 지상의 바람 소리와 달랐다 새들은 중력을 극복하려 어깨 근육 파닥여 수천 번 공기를 밀어내야한다

추락하다 멈춰질 때의 느낌 추락해보아야만 알 수 있으리
이쯤에서 멈춰볼까 멈추면 추락이 오고 추락은 다시 멈춤을 불러올까
거대 항성 우리를 잡고 있어 계속 날아야만 항로를 잃지 않으리 추락하는 것의 날개는 어느 순간 솟구치는가

아침 해에 물고기 비늘이 웃는다
깊은 지구 저 아래로 낚시 드리우고 사람이 바위처럼 앉아 있다
A는 항성계로 언제 돌아올까
귓전을 스치는 바람 소리 햇빛이 사물의 모습 제대로 회복시킬 때 그 투명함 가슴 시리다

지구는 날고 있되 낚싯줄에 물려 있고
우주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나를 관통하고
답이 왔을 때 이미 나는 내가 아닐지 모르는데

* 작가 노트

▲ 김상윤 시인

세상사가 고될 때 한 번씩 현실을 벗어나고픈 생각이 든다. 새처럼 되어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원하는 곳으로 훨훨 날아가는 몽상은 누구나 해보았으리라. 그러나 ‘위대한 비행’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비행은 목숨을 건 사투이며 결코 낭만적이지 않고 그저 삶이고 고통의 연장일 수도 있음을 알았다. 새의 날갯짓은 쉽지 않다. 공중에 오래 떠 있는 동안 매우 불안할 것이다. 어깨는 또 얼마나 아플까? 한 번의 비행을 완성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천적들과 주변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도 모두 살펴야 할 것이다. 8000미터 히말라야를 넘어 죽음과 싸우며 이동하는 쇠재두루미의 비행은 늘 가슴을 찡하게 한다.
지금 나도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답신을 기다리며 항로를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고생하는 모든 새에게, 우리 지구에게 영양제 주사라도 맞게 해주고 싶다.

김상윤 시인은 영월에서 태어나 구룡포에서 소녀시절의 한 때를 보냈다. 2002년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 고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구 시인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는『그대 손은 따스하다』(2003),『슈뢰딩거의 고양이』(2012)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