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나박실
-작은 음악회 

                                               이 부 용

오카리나 소리 위에
사랑의 기쁨이 흐르네
숲속의 산새 한 마리
띄엄띄엄 배음을 끼워 넣는
홀딱 벗고 홀딱 벗고
내 귀가 더 넓어지네
사랑하는 마음이 입고 있는 옷
홀딱 벗은 나
작은 음악회 풍경 어우르는
네 소리의
징검돌을 딛고
오카리나의 여울을 건너는
부푼 그리움의
등에 업혀 가네

* 작가 노트

▲ 이부용 시인

산촌 지산나박실마을은 마치 고요의 호수에 잠겨 있는 듯 아름다운 적막이다. 열 한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정겹게 모여 사는 이곳에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이웃을 차단하는 담장이라곤 아예 없는 마을 공동 소유의 넓은 마당 푸른 잔디밭에서 ‘사랑의 기쁨’의 오카리나 연주가 시작된다. 곡명과는 달리 야속히 떠나가 버린 사랑을 슬퍼하는 비련이 흐르고 있다. 느닷없이 산새 한 마리가 바로 뒷산 자락 솔숲에 숨어 와 마치 ‘홀딱 벗고’처럼 들리는 배음을 되풀이해 끼워 넣는다. 인간성 파괴의 물질문명과 가식의 지성에서 탈피하여 생명의 근원으로 되돌아 갈 때 사랑의 기쁨은 되돌아온다고.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사랑하라. 원시와 본능으로 돌아오라고 외치는 산새소리 띄엄띄엄 놓이는 그 징검돌을 딛고, 오카리나 음악의 여울을 내 그리움의 등에 업혀 건너가고 있다.

이부용 시인은 동아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수위하였으며 시집『빈 수레를 끌고 간 겨울』(2005년)을 펴냈고 충남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 2 시집 『지산나박실』(2008년)을 출간하다. 현재 시향詩嚮 동인이며 공주문협 회원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