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이 자 규

평생 진흙에 발 담그고 살아야 하는
여자
여기가 지하 천국일지도 몰라
벼랑 아래 캄캄한 수렁 바닥
꽹과리와 징소리로 보들보들한 등짝을 밀면
밥이 한 소쿠리다
마디마디 추락하는 생의 뒤에서 떠오르는 별의
색깔은 어디서 오는지
방죽 옆구리 이름 없이 피고 지는 소문을 이고
아이들은 커나간다
집성촌 새 호적에 실낱 뿌리를 묻고 귀 열어보면
세상 밖의 뿌연 침전 받아들이는 근성을
몸으로 안을밖에
마지막 무대처럼 꽃이 지는 황혼 녘
바람이 물위로 고요하다
연잎 위의 개구리, 누구를 찾아 헤매는지
수면을 잡고 있는 몸의 깊이만큼 흔들려서
젖은 꿈 옮겨나가 연분홍으로 필 물관 통신의
여자
바르르 엄지발가락이 떨린다

* 작가 노트

▲ 이자규 시인

연잎쌈과 연근 조림으로 점심을 먹었다. 연못을 거닐다가 연 찻집 창가에 앉아서 연잎차를 들었다. 연꽃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동안 수사와 긴장의 연마가 있었던 것 같다. 누가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더냐고 물었다. 형이상학의 피안에 다녀왔다.

이자규 시인은 하동 출생으로 2001년 등단하였다. 시집 『우물치는 여자』, 『돌과 나비』가 있고,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로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