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왜가리

                                                 윤 경 희

지그시 눈 감고 외발로 우뚝 선 너는
어쩌다 우릴 버린 냉정한 하느님처럼

떠날 듯
침묵의 언어만
물살 위에 부려 놓네 

* 작가노트

▲ 윤경희 시인

장마가 스치고 지나간 도심 속의 신천은 군데군데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로 얼기설기하다. 그 물살 한가운데서 아침을 맞는 왜가리, 마치 어지러운 세상을 관망하듯 서 있다. 물살에 실려 떠내려 오는 싱싱한 먹잇감도 그대로 둔 채, 한참을 외발로 버티고 섰다. 파괴되어 가는 도심의 환경 속에서 용케도 적응하며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한 폭의 그림 같은 유유자적이 왠지 가슴 한쪽을 서늘하게 함은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긴 이별을 짐작이라도 하듯 그렇게 한참을 눈 감고 서 있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먼 훗날 지금처럼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윤경희 시인은 경북 경주 출생으로 2003년 『생각과느낌』으로 수필 등단, 2006년 『유심신인문학상』으로 시조로 등단하였다. 시집 『비의 시간』, 『붉은 편지』, 『태양의 혀』, 시선집 『도시 민들레』를 펴냈다. 대구예술상, 이영도시조문학상(신인상)을 수상, 대구문화재단창작지원금 수혜를 받았고 현재 대구문협시조분과위원장, 한국시조시인협회중앙위원, 유심시조동인, 영언시조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