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오기 시작하는 계절,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어김없이 최명권(53, 북구 양정동, 사진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씨는 옷깃을 여미고 씩씩하게 집을 나선다.

지역 치안을 위해 동 자율방범대 야간순찰을 하러 가는 것이다.

그는 1992년 양정동 자율방범대(북구 오치골2길 6)가 생긴 이래로 23년째 방범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양정동 방범대장을 역임하고 있다.
오랜 기간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비결은 없다. 애향심에서 생겨나는 봉사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 못하는 일이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순찰을 돌면서 양정동 자율방범대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10여년 전에 양정동에 연쇄 방화사건이 있었다. 전국뉴스로도 방영되었는데, 우리 자율방범대의 결정적인 제보로 용의자를 잡을 수 있었다”며 그 외에도 많은 에피소드들을 들려주었다. 이야기에 열정을 쏟는 동안 그는 추위도 잊은 듯하였다.

그는 또 “얼마 전 자전거 절도범을 잡았다. 절도범들은 알고 보니 마을 학생들이었는데 부모들과 피해자들이 합의해 해당학생들을 용서해주기로 하고, 경찰에 인계하지 않았다”며 “해당 학생들은 한 달 내내 반성문을 써서 제출했고 그 동안 반성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법으로 가기 전에 주민 간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대의 경우로 “청소년들에게 술, 담배를 팔았던 점포 몇 곳을 찾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대부분 협조했지만 한 곳은 각서를 쓰지 않겠다며 버텨서 할수 없이 법적 절차를 밟았고, 해당 점포는 300만원 벌금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의 일로는 박천동 북구청장의 방문이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을 구청장님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기뻤다”며 “일회적인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범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용소방대에 비해 자율방범대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고 지원이 부족하다”며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금 당장 가능한 행정적인 지원이라도 늘려준다면 대원들의 사기양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천동 북구청장은 “북구 자율방범대는 야간 방범 활동 외에도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서 지역사회의 ‘숨은 일꾼’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런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박천동 북구청장은 11월 10일 양정동을 시작으로 12월 2일 화봉동까지 총 일곱 차례에 걸쳐 북구전지역 동 방범대 야간순찰 현장체험을 실시, 대원 애로사항 청취 및 격려를 하였다.

지난 달 27일에는 염포동 방범센터의 구석진 위치와 좁은 공간 때문에 힘든 점이 많다는 건의사항에 해당부서에 적극적 검토를 지시했으며, 이달 2일 화봉동 야간순찰에서는 방범센터 앞 횡단보도 통행불편, 모 아파트 앞 주차지역 부족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등의 건의사항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북구 관내의 방범대는 1987년 농소1동 방범대의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 총 9개가 있으며 대원수는 총 358명이다. 이 중 세 방범대는 매일 순찰을 실시하고 보통 주 4회 이상은 마을 순찰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방범대는 범죄예방 및 순찰활동 외에도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 등하굣길 교통지도, 야간 학생 및 노약자 수송, 불법쓰레기 투기 감시 및 청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평소 자율방범대 활동을 지켜봤다던 한 주민은 “자율방범대는 근본적으로 자발적인 참여이기 때문에 치안활동 외에도 주민자치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지역 공동체 문화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