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우수성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의 의료보장을 위한 모델로 제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건강보험이 1977년 처음 도입되어 12년 후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시대를 열어 현재까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혜택 받는 보편적 복지이며, 국민이 의료기관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결정권의 인권 원칙을 토대로 한다.

건강보험제도가 우수함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면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자녀가 아플 때는 물론 부모님이 편찮으신 상황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필자는 저렴한 비용에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경험하였다. 특히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필자뿐만 아니라 유학생 및 교민들이 한국행 경비를 감수하고서도 미국 의료서비스 대신에 한국을 방문하여 치료받았다. 실제로 서구 선진국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방식으로 의료보장시스템을 개편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랍연맹을 포함하여 50여개국의 보건의료 전문가 475명과 세계보건기구의 전문가 79명도 방문하여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운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보험료 부과체계가 형평성과 공정성을 저해시키는 구조이다. 이는 보험급여를 받은 기준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데 보험료 부과체계는 4원화 돼 있고 가입자의 자격에 따라 7개 그룹으로 부과기준을 서로 달리하기 때문에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고 있다. 건보공단에서 제공한 35세 남성 갑의(4인 가구, 배우자 30세, 자녀 5세, 월보수 200만 원, 주택 2억3500만 원, 자동차 1대) 보험료 부과 예시를 보고 많이 놀랐다. 갑이 직장에 다니면 보험료가 5만9900원이다. 실직하면 3배 이상의 지역보험료 18만5080원을 내야 한다. 지역보험료는 재산, 자동차, 4인 가족에 대한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또한 갑이 피부양자가 되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가 전혀 없다. 소득이 줄어도 보험료가 많아지고, 소득이 없어도 재산이 있으면 보험료를 더 내야하고, 같은 재산을 소유하더라도 어떤 때는 보험료가 한 푼도 없다니 이렇게 복잡한 부과체계를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전체 가입자 중 직장가입자가 1461만3000명, 지역가입자는 780만5000세대,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가 2038만6000명이라고 한다. 이것이 현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이다.

따라서 현재의 보험료 부과체계는 반드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누구는 집(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누구는 집(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이 사람 자동차에는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저 사람 자동차에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어떤 사람은 월급에만 보험료가 부과되는데 누구는 월급 외 소득에 보험료가 부과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고, 같은 연금소득인데도 누구에게는 보험료가 부과되고 누구에게는 안 되고 이러한 불합리한 부과체계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서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가 되기 위해서 동일한 보험집단 가입자(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 국민)에게는 동일한 부과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국민은 동일한 보험료 부과기준으로 공평한 보험료 부과를 원하고 있다. 구체적인 개편안을 놓고 국민과 함께 토론해서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체계를 만들어 보험재정을 확보하고, 선진국을 뛰어넘어 서비스 질과 보장성이 확보된 건강보험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 외부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취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동의대학교 이민홍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