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을 일컬어 백해무익하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해에 5만 8000명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시아 최대 규모인 130만 명을 대상으로 최장 19년 동안 추적·관찰한 역학연구 자료에 따르면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질병 발생률은 2.9∼6.5배로 높게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남자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후두암은 6.5배, 폐암은 4.6배, 식도암은 3.6배로 높았으며, 여자 흡연자는 후두암 5.5배, 췌장암 3.6배, 결장암 29.9배로 발생위험이 높다. 또한 흡연과 관련된 35개 질환에 대해 흡연으로 인해 초래되는 불필요한 진료비 지출금액을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으로 연간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 등 건강 폐해와 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료비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흡연의 해악성과 담배의 중독성, 그리고 결함이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주(州) 정부가 나서 담배회사와의 소송을 통해 거액의 배상합의를 끌어내거나 소송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소송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우리나라 대법원은 흡연피해로 인해 개인이 낸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하여 약 15년이라는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 온 원고와 가족들에게 깊은 실망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참으로 시대착오적이고 안타까운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법원이 니코틴을 포함한 약 4,000여종이나 되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된 담배가 흡연자들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라 하여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대신하여 건강보험이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대단히 적절하고 환영할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개인과 달리 공단은 공단이 보유한 방대한 자료와 여러 차례 실시한 전문가들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흡연의 폐해를 구체적 수치로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금번 건보공단이 제기한 담배소송으로 인해 담배의 유해성, 중독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금연운동이 확산되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길 기대해 본다.

글 /부산광역시 한의사회 기장군지회
전재혁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