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에 다니는 어르신들만큼 한 맺힌 사연을 가진 이들이 있을까.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나이를 잊고 야학에 노크하는 어르신들의 용기를 30년 넘게 조용히 응원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괴정1동 ‘형설야학’ 대학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형설야학은 지난 1980년 10월 개교해 올해로 31년째 운영되고 있다. 10여평 좁은 지하공간에 마련된 한글반과 초․중․고등반에는 쉰 살을 넘긴 어르신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고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대학생 교사들은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일분일초를 아낀다.

이 곳에 등록된 학생은 80여명이지만 실제로 수업에 참석하는 인원은 절반 정도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쳐 간 학생수만 250여명에 달한다. 현재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17명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교대 등의 대학생들로 자신의 시간을 쪼개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대훈(27․부경대 기계공학과4) 교장은 “학과공부와 취업준비로 바쁘지만 학구열에 가득 찬 어르신들의 눈빛이 학생들의 발길을 이 곳으로 이끈다”며 “지식을 가르치지만 어머니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며 소통하고 있다고 느낄 때 가장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은 일반 학교와는 조금 다르게 운영된다. 초․중․고등 검정고시가 4, 5, 8월에 있기 때문에 매년 9월에 졸업식을 한다.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상위 과정으로 옮기기도 하고 영어강의만 수강하는 어르신들도 있다. 학업을 중도하차한 학생들이나 한글을 배우기 위해 찾는 외국인들도 있다. 현재 중국인 여성이 한글을 배우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영국인이 강의를 듣기도 했다.

재정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것을 알고 수강생들이 돈을 내놓기도 하고 졸업 후에 작은 성의를 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 교장은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배움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노크해 달라”고 말했다.

문의 : 사하구청 총무과 평생교육담당 220-4801

■ 사하구 성인 한글교실 운영기관(무료)

◇ 형설야간학교 괴정1동 496-1번지 ☏293-2047

◇ (사)부산희망나눔 괴정3동 477-32번지 ☏902-6655

◇ 다대사회복지관 다대2동 113-12번지 ☏264-5420

◇ 사하구종합사회복지관 감천2동 12-278번지 ☏293-2688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