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자치단체장이 시집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하계열 부산 부산진구청장. 하계열 구청장은 현재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일반 공무원이 시집을 펴낸 적은 더러 있으나 현직 자치단체장으로서 시집을 발간한 사례는 처음이다.

하계열 구청장의 첫 시집 <탱고를 추세요>는 140쪽 분량으로 81편의 시가 4부에 나눠 수록돼 있다. 수록된 시는 하계열 구청장이 공직생활을 하며 틈틈이 써온 자작시들이며 세련되고 잘 다듬어져 있다는 평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에 대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문학평론가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이해인 수녀, 도종환 시인 등 문학평론가와 시인들은 “40여 년간 행정가로 봉직해온 공직자가 쓴 시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서정성이 짙고, 애틋한 감성과 일상에 대한 탁월한 은유가 돋보인다”며 격찬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그의 가슴 안에는 바다 속같이 깊은 시의 상상력과 산호 같은 신비한 시어들이 심해어처럼 유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하계열 시인의 시집은 신경림의 시집 ‘농무(農舞)’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감동적이며 서정적인 리얼리즘이 넘쳐흐른다”고 극찬했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를 통해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며 사물을 보는 예리함과 삶에 대한 예의, 이별에 대한 애틋함이 잘 녹아있다”고 시를 읽은 소감을 밝혔다.

도종환 시인은 “하계열 시인의 시에는 반짝이는 그리움의 물결이 넘쳐흐른다”며 “어쩔 수 없는 그리움과 외로움과 허무함에서 건져 올린 탱고의 간절한 선율 같은 시, 매미울음 같이 청아하며 순수하고 꾸밈이 없는 시”라고 추천사를 썼다.

작가는 수록된 시 가운데 포장마차 속의 풍경을 ‘푸른 초원 위로 쌩쌩 달려가고픈 가난한 욕망들이/ 촉촉한 술잔 속으로 자맥질하는/ 그곳은 한 뼘 크기 무릉도원’이라고 은유하면서 서민의 애환을 남다른 표현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승이 아니어도 꿈자리에서라도 늙은 아들이 폭 안겨 보고 싶은 어머니의 품("꿈자리" 중에서)’이나 ‘그리운 흔적이다. 참으로 그리운 어머님과의 연결이 가능한 꽃받침의 흔적이다"배꼽을 만지노라면" 중에서)’ 등에서 보여주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구절은 가족의 가치와 그 소중함을 이 시대에 되짚어보게 한다.

임종찬 부산대학교 교수는 서평에서 “하계열 시인은 시를 기교로 쓰지 않았고 무리한 사유를 담으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세상과 소통하고자 시를 쓰고 있다”며 “시를 통해서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승화시킨다”고 해석했다. 임교수는 “그의 시는 삶의 철학이면서 세월을 많이 살아오거나 삶의 의미에 고민한 사람에게 큰 공명을 일으키는 시”라고 결론을 맺었다.

첫 시집을 펴낸 하계열 구청장은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시를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이 시를 쓴다면 어딘가 의외라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내 안 어느 구석에는 시인의 색감(色感)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지나온 세월, 살아온 날들을 아름다운 시로써 들려주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었다”며 첫 시집을 펴낸 소감을 밝혔다.

하계열 구청장은 동사무소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부산시청, 내무부, 대통령 비서실, 합천군수, 김해군수, 부산진구청장 등 40년간 행정가로 봉직해왔다. 올해 여름 ‘계간문예’에 ‘아침 儀式’과 ‘막달레나 이야기’ 등의 시를 발표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등단 이전에도 ‘석필’ ‘길’ 등 문학동인회에서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부산고 재학시절에도 글쓰기에 소질을 보여 고교생 문사로, 집안 사정으로 중퇴한 고려대 국문과 재학시에도 교내 문학상 수상 등 문재를 인정받은 바 있다. 지난 2007년 11월에는 공직생활 동안의 강연과 소회를 엮은 수상록 ‘바다를 두려워하라’를 펴내었다.

동부산뉴스/기장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