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북구 연암동 상방경로당에는 모처럼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일명 ‘희망드림팀’이라 불리는 이.미용 봉사단이 바로 그들인데,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어르신의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해주는 등 각자 맡은바 임무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희망드림팀’은 미용사 자격증을 가지고 얼마 전까지 미용실을 운영했던 박기미(42)씨와 채호정(39)씨, 염색을 담당하는 노문식(63)씨, 그리고 이들을 차에 태워 복지시설과 경로당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운전사 여규동(58)씨 등 모두 4명이다.

이들은 북구청이 희망근로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사랑의 이.미용 봉사사업’ 참여자로, 하루 평균 경로당 2곳을 돌며, 40여명의 어르신에게 이미용 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발사로 수십년을 보내고 이제는 은퇴한 노문식씨는 적지 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독한 염색약 냄새를 맡아가며 꼼꼼하게 할머니들의 머리를 염색했다.

노씨는 “지금껏 남자머리만 만져보다 처음으로 여자머리를 만져보니 영광”이라며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어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머리를 자르고 염색까지 한 고춘자(67)할머니는 “직접 찾아와 머리도 잘라주고 염색도 해 주니 너무 고맙다”며 “무엇보다 공짜라서 더욱 좋다”고 말해 주위를 한바탕 웃음 짓게 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지체장애 2급인 여규동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10년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장애자가 된 뒤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10년의 세월을 변변한 일자리 없이 지내야 했던 여씨에게 희망근로사업은 말 그대로 ‘희망’이었다.

여씨는 “일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구청에 감사하며 10년만에 타는 첫 월급은 그동안 고생했던 가족들을 위해 선물을 살 생각”이라며 “장애인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일자리가 제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2년 전 암 수술을 받고 아직 안정이 필요하지만 선뜻 이번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채호정씨의 열정도 대단하다.

그녀는 이전에도 태연학교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 왔으며, 청소 등의 단순일이 아닌 좀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미용사 자격증을 따는 억척스러움을 보였다.

채씨는 “남편뿐 아니라 가족들이 건강을 이유로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그래도 예쁘게 머리를 깎고 환하게 웃음 짓는 어르신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1월까지 관내 복지시설과 경로당 백여곳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불우이웃을 위해 집집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미용일을 오래해 근육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박기미씨는 “미용일이 많이 힘든 일이지만, 어르신들이 다 부모님처럼 느껴져 힘든 줄 모르고 일하고 있다”며 “오는 11월 이번사업이 끝나는 날까지 주위의 어려운 이웃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동부산뉴스/울주뉴스 편집부